“건방지구나! 내가 누구인 줄 알고!”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너희쯤은 흔적도 없이 날려버릴 수 있다!” 붉은 피부의 병사가 고래고래 소리치는 세 사람을 끌어다 바닥에 내던졌다. 그들은 갑옷을 입었으나 수풀 사이를 밧줄로 묶여 끌려온 탓에 풀과 먼지로 엉망이었다. “무슨 일인데?” 커다란 군용 천막 안에서 적갈색 머리의 젊은 여성이 하품을 하며 걸어 나왔다. 머리칼을 빗어 내리며 느릿느릿 움직이는 폼이 방금까지 자다 일어난 모양이었다. 사람들을 끌고 왔던 병사가 그에게 다가가 낮게 속삭였다. “헤에, 사칭범?” 정찰병은 근처 마을에서 마계 세력을 자처하며 행인들에게 돈을 뜯어내는 세 사람을 발견하고 곧바로 제압했다. 별 볼일 없는 실력으로 마계인을 사칭했다는 이야기에 여성은 즐거워하며 팔짱을 꼈다. 쓰러졌던 이들이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으나 다른 병사가 다가와 말없이 무릎 뒤쪽을 걷어차 넘어뜨렸다. 고통 때문인지 불만의 목소리는 더 높아졌다. “이놈들! 나는 위대한 마계의 아르노셀 침공군 제2군단장 케인이다. 진정 내가 군단을 소환해 전부 쓸어버리길 바라는 것이냐!” “참으십시오, 군단장님. 사령관님의 지시 없이는 힘을 개방하시면 안 됩니다.” “크윽, 내가 힘을 봉인하고 있지만 않았어도…….” “라케이온 부관의 말이 맞소. 이 자리는 내게 맡겨주시게.” 삼십 대 정도 되는 통통한 남자가 케인을 진정시켰다. 전쟁과는 거리가 먼 유순한 인상의 그는 자세를 고쳐 앉고 여성의 얼굴을 똑바로 응시했다. 흰 피부와 뾰족한 귀가 유난히 남자의 눈에 띄었다. “아무래도 여기는 엘프들의 터전인 모양이군. 나는 즈벤던이라 하오. 마계에서 온 혼돈의 군세를 이끄는 제3군단장이며…….” “푸하하핫, 넌 내가 엘프로 보여? 게다가 너도 군단장이면 마계 군단장님들이 단체로 잡혔네?” 여성이 웃음을 터뜨리자 주변에서 경계를 서거나 이야기를 나누던 병사들도 킥킥거리며 밧줄이 묶인 이들을 곁눈질했다. 즈벤던은 병영을 한 바퀴 둘러보더니 이마를 찌푸렸다. “예의를 갖추지 못한 분들인가. 아인종의 무리는…….” “어이, 치벨! 이쪽으로 좀 와봐라.” 여성의 외침 때문에 즈벤던의 비난은 무시되었다. 잠시 후 땅을 쿵쿵 울리며 나타난 치벨은 어깨 높이만 해도 7m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고릴라였다. “부르셨습니까, 알라티 님.” “여기 이놈이 자기가 마계 3군단장이라는데, 너 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