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에티가 죽었다. 그 사실은 나를 이유 없는 죄책감에 빠뜨렸다. 그저 그 너무나도 이타적이었기에 동료를 지키는 대신 스스로가 죽어야 했던 동료를 지키지 못해서, 사실 미루에티를 그리 잘 아는 것도 아니었다. 나는 그런데 어째서 미루에티를 되살리려 소문 하나만 믿고 물의 정령 여왕까지 만나러 갔던 것일까, 먼 발치에서 바라본 미루에티는 분홍 머리카락이 참 잘 어울리는 부드럽고 다정한 여인이었다. 상냥하고 따스한 그 살랑거림은 봄바람 같아 대화를 나누지 않았음에도 그 온기의 끝자락은 자신의 살갖을 간지럽혀 왔었다. 어찌 저리 따뜻할 수 있을까, 허나 미루는 제가 생각한 상냥하기만 한 여자는 아니었나보다. 희생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저 다른 사람들을 위하여, 자신의 목숨과 맞바꾸어. 처음으로 미루에티를 가까이서 보았다. 죽은 뒤에야 미루에티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고운 얼굴은 내가 마주했을 때는 이미 서늘하게 식어 있었다. 아무도 듣지 못했을 것이다. 에릭은, 죽은 미루에티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기에는 미루에티가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았고 미안하다는 말을 하기에는 정말로 미안해 더 이상 무슨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그저 조용히, 마차의 덜컹거리는 소리에도 묻힐 정도로 작게숨 죽여 울었다. 그렇기에 그 아무도 에릭의 울음을 알지 못했다. "지켜주지 못했으니, 너를 살리기 위해선 무슨 수라도 쓸 수 있어." 물가에 발을 딛었다. 검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너는 잠을 잤다고 말했고 나는 그것이 그저 꿈이었을거라 답했다. 네가 없었던 일은, -없는거다. 너는 쭉 우리 곁을 함께 해주었고, 그 동안은 그저 질 나쁜 악몽을 꾼 것 뿐이라고 그리 남기며 다시끔 꿈에서 깨어난 것에 우리는 자신을 희생하면서 까지 다른 이를 살리려 했던 숭고한 성녀를 위한 앞으로도의 안위를 바랐다. #아르노셀글 #히든스토리